|	둘리의 고향 쌍문동에 들어선 둘리뮤지엄은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립됐다. 도봉구는 둘리뮤지엄을 시작으로 쌍문동 일대를 둘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은 요즘 세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이다. 1980년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보다 앞서 쌍문동을 무대로 삼은 작품이 있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다.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 4호에 첫 연재를 시작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1억 년 전 방하기 얼음 속에 갇혔던 둘리가 한강으로 흘러들어와 쌍문동 고길동의 집에서 생활한다. 배경이 쌍문동인 이유는 당시 김수정 작가가 쌍문동 우이천변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고길동 집에서 더부살이하던 둘리가 32년 만에 ‘내 집’을 마련했다. 7월 24일 도봉구가 둘리를 모티브로 한 둘리뮤지엄을 오픈한 것. 도서관과 뮤지엄 두 개의 건물로 이뤄졌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조성된 이 건물의 연면적은 4151㎡(약 1255평)에 이른다. 토종 만화캐릭터로 조성한 기념관 중 국내 최대 규모다. 2010년 착공해 5년여에 걸쳐 완공된 둘리뮤지엄은 총 사업비 176억3800만 원 중에서 24억900만원이 복권기금으로 조성됐다.

둘리뮤지엄은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 구성과 각종 체험 공간을 갖췄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1층에 조성된 매직어드벤처다. 이곳에서는 수정체에 갇힌 둘리 엄마를 구출하는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방문객들은 둘리와 함께 ‘호이호이’ 주문을 외치며 타임코스모스를 타고 둘리 엄마를 구출한다. 미션을 완수하면 옆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둘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메일전송 시스템. 방문객이 기념사진을 자신의 이메일로 보낼 수 있도록 둘리뮤지엄 측이 배려한 것이다.

2층으로 이동하면 코믹테마타운이 펼쳐진다. 애니메이션 ‘고길동 아마존 표류기’의 에피소드를 그대로 재현했다. 요술할머니의 빗자루와 둘리의 빗자루가 뒤바뀐 것을 계기로 둘리와 가족들은 마법 빗자루를 타고 아마존에 표류한다. 방문객은 체험존에서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둘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김수정 작가가 아기공룡 둘리를 연재할 당시 상황 그대로 재현했다. 1980년대 사용하던 난로와 책상 등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구성 때문에 방문객의 발길이 오래 머문다. 브라운관에서는 작가 인터뷰 영상이 흘러나온다. 둘리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일화와 쌍문동이 작품 배경이 된 이유, 각 캐릭터에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2층 한쪽에선 둘리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작업실 ‘나도 만화가’가 조성됐다. 특수 도화지를 조명에 비춰 선을 따라 그리고 색을 칠하면 나만의 작품이 완성된다.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도 쉽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3층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키즈카페, 고길동의 아내 이름을 딴 카페 정자싸롱이 있고, 옥상엔 둘리와 도우너, 고길동, 마이콜, 또치, 희동이 등 캐릭터 조형물이 조성됐다. 빨간 혀를 내민 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둘리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은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지하1층에선 3D 애니메이션과 김수정 작가의 기획전시가 마련됐고, 도서관동엔 만화책, 동화책, 그림책 등 어린이 도서 약 5000여권이 구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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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겐 추억을, 아이에겐 상상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공간을 표방한 둘리뮤지엄은 방문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관 3개월 만에 관객수 3만7415명(10월 29일 기준)을 돌파했다. 일평균 관람객은 450명에 달한다. 지난 3개월간 입장료 수입이 1억4000만 원을 넘었다. 현재 둘리뮤지엄의 입장료는 유아 및 어린이(12개월 이상~13세 미만) 7000원, 청소년 및 성인 5000원이다. 도봉구민과 15인 이상의 단체관람은 10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4세 자녀를 둔 이선정(38) 씨는 “오감형 전시체험을 통해 신체와 인지, 정서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무엇보다 둘리를 보고 자란 부모세대의 추억을 자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엔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기념관이 여럿 있다. 그렇다고 둘리뮤지엄을 흔한 기념관 중 하나로 여기면 곤란하다. 둘리뮤지엄을 시작으로 쌍문동 일대가 둘리테마파크로 거듭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도봉구는 쌍문동 둘리근린공원을 중심으로 둘리뮤지엄, 둘리스토리공원, 둘리테마거리, 우이천변전망데크 등을 조성한 상태다. 둘리뮤지엄과 가까운 지하철 4호선 쌍문역을 둘리테마역사로 만들어 둘리역의 병행 표기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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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