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성 원장은 “음악치료를 통해 장애학생과 저소득 학생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 4번 출구 인근. 실용음악학원 ‘예술의 악당’에 들어서니 개인연습실이 줄지어 나왔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및 일렉트로닉기타 등 악기연습실뿐만 아니라 개인 보컬트레이닝 공간까지 있다. 연습실마다 방음시설도 완벽했다. 화이트와 블랙이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가 오선지 악보를 연상케 했다. 음악학원다웠다.

예술의 악당을 운영하는 박대성(37) 원장은 “면적은 50㎡(약 15평)에 불과하지만 개인연습실을 7개나 갖췄다”며 “작지만 알찬 공간구성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언뜻 평범한 음악학원으로 보이지만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다. 2014년 10월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저소득 장애인 생계형 점포지원사업 ‘빛과 꿈터’를 통해 오픈했다.

박 원장은 음악학원 경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장로회신학대, 동아방송예술대)에서 교회음악과 실용음악을 전공한 그는 2013년까지 의정부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했다. 주로 낮에는 레슨을 했고, 밤에는 곡을 썼다. 틈틈이 공연활동도 했다. 밤낮 없이 음악학원에서 생활했지만, 음악이 좋아 힘든 지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불규칙한 생활과 창작 스트레스로 인해 신장에 무리가 생긴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신장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지만, 학원 운영은커녕 집에 눌러앉아야 했다. 장애5급 판정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박 원장은 절망하지 않았다. 재기를 위해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음악학원을 다시 열기 위해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알아봤다. 그때 그의 눈에 한줄기 빛이 들어왔다.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저소득 장애인 생계형 점포지원사업 ‘빛과 꿈터’였다.

빛과 꿈터의 예비창업자로 선발된 박 원장은 입시생과 성인 위주로 레슨을 했다. 수강생들이 언제든 연습할 수 있도록 개인연습실을 무료로 제공했다. 체계적인 음악학원 경영을 위해 학점은행제를 통해 경영학 공부도 시작했다. 그 결과 개소 1년 만에 중랑캠퍼스(분점)를 냈고, 수강생 30명을 확보했다.

박 원장이 주목을 받는 건 뛰어난 학원경영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빛과 꿈터를 통해 장애인도 창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빛과 꿈터를 통해 잃었던 일터를 되찾고,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박 원장은 “경영학 공부를 마친 후에는 음악치료 혹은 특수교육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라며 “음악을 통해 장애학생과 저소득 학생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소통하는 음악교육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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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창업 돕는 복권기금

빛과 꿈터는 창업을 꿈꾸는 장애인에게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커피전문점, 수중물리치료센터, 언어치료센터, 안마원, 미용실 등 장애인 역량과 장애 유형에 따라 다양한 업종에 대한 창업지원으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예비창업자에게 점포 보증금(최대 1억 원)과 간판제작 및 인테리어 비용(최대 500만 원) 등을 지원하고, 창업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한다. 점포보증금은 최장 5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시행 5년. 알찬 열매를 맺고 있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65개의 창업 점포보증금을 지원했다. 이들의 3년 생존율은 평균 71%로 일반사업체 생존율 3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고용창출도 평균 1.53명으로 일반사업체(0.88명)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빛과 꿈터는 점포보증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건물주에게 곧바로 보증금을 전달하는 구조다. 그러기 위해선 장애인이 건물주와 접촉해 점포보증금 전달 구조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건물주를 만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부 건물주는 이런 상황을 악용해 보증금과 월세를 과도하게 올려 받기도 한다.

박 원장은 “정보접근에 한계를 갖는 장애인이 건물주를 만나 점포보증금 전달 구조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양심적인 건물주를 만나는 걸 단순히 운에 맡길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빛과 꿈터는 창업을 꿈꾸는 장애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지원프로그램이다.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빛과 꿈터를 통해 복권기금의 역할과 가치를 깨닫는 장애인도 늘고 있다. 일부 장애인 창업자들은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았으니 창업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황승연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대리는 “복권기금 지원을 통해 창업 지원 사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많은 장애인 창업자들이 일과 꿈을 되찾았다”며 “복권기금의 모토가 국민들에게 행복나눔을 선사하는 것인 만큼 빛과 꿈터도 저소득 장애인의 창업을 지원해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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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