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주 복권총괄과장

2012년 2월부터 복권위원회사무처 복권총괄과에서 일하고 있는 안병주 과장은 사무처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터줏대감 가운데 한 명이다. 2002년 기획예산처 경제기금과 시절 로또복권 도입에 관여하는 등 복권과 인연이 깊다. 현재 사무처장이 공석중이라 사무처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기도 하다.

-복권위원회가 출범한 지 10년을 맞았습니다. 출범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로또복권 초창기, 407억여 원이라는 고액 1등 당첨금이 나오면서 국민들 인식에 복권은 인생대박, 인생역전이라는 사행성, 도박성이 부각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복권에 대해 사행성보다는 레저, 여가문화의 하나라는 긍정적 인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게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권 수익률(당첨금과 유통비용을 제외한 복권기금 조성률)이 34%에서 40.7%까지 올라가는 등 복권기금 활용에서 효율성이 높아진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복권의 공익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상품 홍보를 금지해 사행성을 억제하고, 복권의 공익성을 알리는 통합홍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19세미만 청소년들의 복권 구매 금지, 1회당 10만 원 이상 구매 금지를 알리는 스티커를 2만1000개 모든 판매점 판매대에 붙이도록 할 계획입니다. 사행성, 중독성을 유발하지 않도록 중점 추진할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복권사업 규모는 3조3000억 원 정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복권산업 적정 규모는 4조5000억 원으로, 복권산업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나라 사행산업이 지나치게 비대화되면서 규제책 마련을 위해 2007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출범했습니다. 당시 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행산업 비중이 0.6% 수준이었는데, 우리나라는 1.8% 수준으로 매우 높았습니다. 사감위의 노력으로 올해 0.54%를 목표로 할 정도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복권의 경우 허가된 판매총량이 적정 규모보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특성에 적절한 제도가 아닌가 합니다. 다만, 복권은 기금조성률이 40% 이상으로 경마, 카지노 등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높습니다. 또한, 기금 사용 용도도 다른 사행산업은 특정 지역, 특정 대상으로 범위가 한정되어 있는데 복권은 저소득층을 비롯해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범위가 넓습니다. 그런 점도 고려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행산업 전자카드제 도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사감위에서 2018년까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책이 결정되면 따라야 하겠지만, 몇 가지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사행성 억제를 목표로 하면서도 이용자들의 편의성 제공과 개인 사생활보호 측면도 고려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복권제도 중장기 발전방향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새로운 복권 도입이 제기되었는데,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게 있나요.

“복권은 기본적 속성상 사행성을 갖고 있습니다. 당첨을 기대하며 복권을 사는 것이죠. 복권의 또 다른 속성은 국가재정의 보완이라는 공익성입니다. 사행성과 공익성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매출증가를 위해 새로운 복권상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상품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복권 구매자가 자신이 지불한 복권구입액의 일부(복권기금 조성액)를 자신이 원하는 사업에 사용하도록 지정하는 복권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논의 중에 있습니다. 그런 복권을 판매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법정배분사업의 경우 복권기금 취지와 맞지 않는 사업들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되기 전에 61개 복권상품이 있었습니다. 복권상품을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기존 복권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필요가 있어 법정배분사업 제도를 뒀는데, 지금도 유효한가는 앞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도기적으로 가감조정제를 만들어 예산을 20%까지 늘리거나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정배분사업 기관과 단체들이 복권기금 취지에 맞는 사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구상중인 사업 방향이 있다면.

“일반 기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종종 직원용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복권을 나눠주려 해도 일인당 1회 구매한도가 10만 원 이하여서 대량구매가 불가능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사행성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지 강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소득층 아동, 비행청소년들이 사회에서 뒤떨어지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복권기금이 어떤 사업을 하는 게 좋은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희망의 사다리 지원 사업’이라고 이름을 붙여봤는데, 어려운 청소년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복권기금이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구매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복권은 기본적으로 사행산업입니다. 항상 소액으로 구매하면서 즐겁게 일주일을 보내는 게 중요합니다. 어려운 계층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복권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즐겁게 구매하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