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으로 자부하는 한국이 복권시스템에 관한한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기술의 일방적인 속국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복권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도의 기술과 IT 솔루션, 운영의 노하우(knowhow)를 필요로 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구매하는데 동시접속을 해도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한 사람도 겹치지 않게 데이터 프로세싱이 되어야 한다. 연중 내내 최종 당첨자 발표까지 절대로 혼선이 일어나거나 기술적 어려움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인쇄복권이나 인터넷 복권 역시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잠깐이라도 시스템이 멈추거나 동시접속에 문제가 생기거나 보안이 소홀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외국계 회사의 복권 솔루션을 사용했고 이 때문에 IT 강국인 한국이 해외 기술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술속국의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온라인 복권시스템의 자체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솔루션 개발진들을 통해 수많은 디테일을 점검하고 기술적 완벽성을 추구한 끝에 국산 솔루션을 탑재한 시스템 구축과 단말기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해외 기술력 의존에서 벗어나 완전한 기술적 자립을 이루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4월부터 복권기금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용하기 위한 법에 따라 복권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올해가 꼭 10년이 되는데 이번에 복권 솔루션의 국내 자체 기술력 확보에 성공해 의미 있는 10년을 자축하게 된 셈이다.

복원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달라진 것은 IT 솔루션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온라인복권과 인쇄복권ㆍ인터넷복권으로 이원화 되어 있던 복권사업수탁자가 단일사업자로 통합되었다. 온라인복권을 비롯해 4종의 인쇄복권, 7종의 인터넷복권 등 복잡하게 나누어져 있던 채널이 하나의 사업으로 통합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복권 기획으로부터 발행, 유통,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효율적 채널링이 가능해졌고 특히 인쇄와 인터넷 복권의 다단계적 유통구조가 개선되어 사업비 절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독립과 복권통합 원년을 이루고 새로운 10년을 향해 출발하는 복권기금은 앞으로 홀몸어르신과 양로원, 소년소녀 가장과 다문화 가정 등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에 그만큼 더 많이 기여해야 하는 무거운 사회적 책무를 지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우선 국산개발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통합전산 시스템의 안정화와 효과적 운영관리를 통해 국산화의 노력이 외국의 어떤 솔루션보다도 우수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D-Dos공격이나 해킹 등에 대비한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고 천재지변이나 유사시의 경우에 대비한 백업시스템 등 운영 안정성 확보에도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과 솔루션, 운영 노하우를 결합한 턴키 베이스(TurnKey base)의 해외수출도 추진해 볼 일이다.

복권기금의 사회적 책임 강화도 출범 10주년을 맞은 복권위원회의 중요한 과제이다. 민영사업자의 주머니를 불리는 외국의 복권사업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복권사업은 일반예산을 보완하는 재정의 한 형태로 출발했다. 주택건설을 위해 주택복권이 생기고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올림픽복권이 생기는 등 시대별로 재정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앞으로는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보듬을 수 있는 따뜻한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복권이 서민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꿈,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희망홀씨가 되고 취약계층에게는 따뜻한 나눔 기금이 되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려면 사행성을 방지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정부는 복권이 절대로 사행산업이 되지 않도록 계도하고 일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홍은주 교수가 ‘디지털타임즈’에 기고한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재수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