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1월 24일(일) 오후 3시, 홍성군 홍주문화회관 대공연장이 관객으로 가득 찼다. 23, 24일 양일간 공연된 연극 ‘아버지’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찾은 가족도,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도 많았다. 50년 경력의 배우 전무송 씨와 ‘국민 할배’ 이순재 씨를 만날 수 있어 이틀 내내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도 많았다.

노미애(49) 씨는 “감동적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유명한 배우의 연기로 관람할 수 있어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공연장에 찾았다”고 했다. 엄호준 (57) 씨 역시 “어제 가족들과 함께 봤지만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오늘 혼자서 왔다”고 말했다.

630여 석의 공연장은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기대감을 가득 담은 홍성 관객의 뜨거운 박수소리를 시작으로 연극 ‘아버지’는 막이 올랐다. 극작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한 이 작품은 등록금, 취업과 결혼 등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점점 사회에서 소외돼 가는 아버지 세대의 문제 등 우리나라의 현재 시대적 상황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평생도록 열심히 일해 온 회사에서 쫓겨나고, 아들의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자살까지 하게 되는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에 많은 관객들이 눈을 적셨다. 안현욱(58) 씨는 “우리 세대의 애환”을 잘 표현해주었다며 “이 시대를 사는 아버지들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관람 소감을 피력했다. 엄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기은(9) 양은 “오늘 집에 가면 아빠의 어깨를 안마해 것”이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잘나가는 야구선수였다가 이제는 변변한 직장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아들, 백화점 계약직으로 학자금을 갚기에도 힘든 월급으로 살아가는 딸 등 자녀 세대의 이야기에 공감한 사람들도 많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장을 찾았다는 엄경아(28) 씨는 “계약직인 딸, 직장이 없는 아들을 보면서 내 이야기 같았다”며 공감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이현미 (32) 씨는 “희망이 없는 우리들 모습”이라며 “아버지의 자살이 아닌 희망찬 일들이 우리에겐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방에서도 좋은 공연 자주 볼 수 있기를

열연을 펼친 연극 ‘아버지’의 주인공 이순재 씨는 “개인적인 일로 홍주를 온 적은 있지만 공연을 위해 찾은 것은 처음”이라며 “좋은 기회에 지방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고 말했다. 또한 “좋은 시설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공연이 지역 문화를 발전을 위해 열리길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홍성 관객 역시 좋은 공연을 보게 된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는 주정임(40) 씨는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공연이 열리면 꼭 온다”며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감동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남편, 자녀 등 대가족이 함께 공연을 관람한 황지원(41) 씨는 “아이가 내용이 어려운 데도 울면서 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왔는데 가족들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앞으로도 지방에서 좋은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47억 원 가량의 복권기금이 지방문예회관 특별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44억 원이 우수 공연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지원되고 있다. 연극 및 뮤지컬, 음악, 무용,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 110편의 공연이 지방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