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중독 상담·코칭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상담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리적인 것에 가깝다면 코칭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주는 거예요. 세계 최고의 피겨 선수인 김연아도 코치는 필요합니다. 도박중독자에게도 자기 안에 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자기 안에 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찾고 믿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입니다. 보통 도박 중독자에게는 ‘완쾌란 없다’, ‘평생 참아야 한다’, ‘평생 함께 가는 거다’ 이렇게 말하는데요, 이런 부정적인 표현으로 도박 중독은 해결될 수 없습니다. 담배를 끊게 하기 위해서 폐의 색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고 암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를 한다고 해서 담배를 끊을까요? ‘나는 안 걸릴 거야’라고 생각하고 말죠. 그러나 담배를 끊었을 때 생기는 일주일 후의 몸의 변화, 6개월 후, 1년 후의 몸의 변화를 보여주면 대부분 담배를 끊습니다. 도박도 마찬가지입니다. 긍정적 상상, 긍정의 힘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는지요.

“자기를 확인받고 인정받는 것에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도박에 빠집니다. 직업적으로 훌륭하고 멀쩡해보여도 도박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심리적 공허함이 있습니다. 도박은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어요. 그 순간에는 자기가 주도하고 또 인정도 받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 도박을 끊으라고 하면 과연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도박이 주는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해요. 대표적인 것이 가족의 이해와 인정입니다. 가족이 도박중독자가 왜 도박중독이 되었는지 이해하고 그 마음을 인정해주고 또 이겨낼 수 있다고 응원해야 합니다.

또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해요. 인지행동, 동기강화 등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지만 단도박 모임이 가장 좋습니다. 그곳에서는 자신의 도박중독을 이해받고 자신이 놓인 상황을 가장 잘 이해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이미 도박을 끊은 선배들이 있고요. 그게 큰 위로가 되고 큰 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도박이 아닌 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박중독자에게 자연 풍경 사진과 도박장 사진을 보여주면 뇌가 도박장 사진에 반응합니다. 일반인은 자연 풍경 사진에 반응하고요. 이미 뇌에서 받는 자극이 달라요. 다양한 활동을 접하게 함으로써 도박이 아닌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도박문제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호주 멜버른대학교 문제성도박연구치료센터의 초대를 받아 관련 연구 동향, 치료 프로그램 세미나 등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가요.

“외국은 중독자가 워낙 많아서 중독자 치유를 위한 전문 인력도 많고 센터도 많습니다. 또 도박중독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든가 하는 게 적어서 우리나라보다는 보다 쉽고 편하게 센터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치료에 많은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습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상담 프로그램이 참 많더라고요. 도박중독자를 상담·치유할 수 있는 전문 센터를 많이 만들고 특화된 전문 인력을 많이 양성하는 것, 도박중독자 혼자만이 아닌 가족과 함께 치료한다는 인식 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박중독자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모든 삶이 무너진 거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치료공동체도 필요합니다. 같은 마을에서 함께 살면서 치료도 받고 생활도 하는 거죠. 선진국의 치료공동체 모형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해 우리나라만의 치료공동체 모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복권 건전화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다면.

“저는 예전부터 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자고 주장해왔습니다. 강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초기 입문자들에게 구매 양을 조절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요. 제한을 주고 그 안에 즐길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또 바라는 게 있다면 도박중독자는 왜곡된 정보만 믿고 도박에 과몰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의 언론보도는 그런 왜곡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1등 당첨자가 몇 명이고 당첨금이 얼마인지만 공개되잖아요. 사실 그들이 그동안 얼마를 써서 복권에 당첨됐는지, 그 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 걸 공개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방송사가 복권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보도상의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