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 담그기를 하고 있는 류성걸 차관(왼쪽 세 번째), 이승기(왼쪽 네 번째), 김승규 복권위 사무처장(오른쪽).

11월 11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에 위치한 상륙보육원이 시끌시끌하다.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빨간 머릿수건을 쓰고 빨간 고무장갑을 낀 100명 남짓의 행복공감봉사단이 김장을 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복권의 나눔을 실천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 웃음과 희망을 지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복공감봉사단은 지난 2008년 1기 활동을 시작으로 매년 4차례씩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행복ㆍ김장 나눔’은 행복공감봉사단 제4기 4차 봉사활동. 복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행복공감봉사단 3기에 이어 4기 봉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겸 탤런트 이승기 씨도 함께 참여했다.

김장이 처음이라는 류성걸 차관은 “지난해엔 연탄 나누기 봉사활동에 참여해 얼굴과 옷이 새까맣게 됐는데, 오늘은 김장 나누기 봉사활동을 하며 얼굴과 옷이 빨갛게 물들었다”며 “정성을 다해 만들었으니 맛있게 먹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 홀몸노인들에게도 김장 전해

봉사단원들은 3팀으로 나누어 활동했다. 1팀은 김장 봉사팀으로 약 1500포기의 김장을 하고 포장까지 하는 일을 맡았다. 2팀은 보육 봉사팀으로 상록보육원 내 유치원 및 저학년 어린이들과 함께 종이접기와 독서, 각종 게임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3팀은 환경미화 봉사팀으로 상록보육원 내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김장 봉사팀의 유병선(25ㆍ대학원생) 씨는 속을 채운 배추를 포장해서 한쪽에 가지런히 쌓아두는 일을 맡았다. 무거운 배추를 들고 수십 번을 왔다 갔다 하느라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그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유 씨는 “학교 다닐 때 더러 봉사활동을 간 적은 있지만 모두 타의에 의한 것이었고, 자발적 봉사는 행복공감봉사단에 가입하면서부터였다”며 “그동안 나 하나만 돌보며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주변도 돌보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	행복공감봉사단은 상록보육원을 찾아 김장을 담가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보육 봉사팀의 권연주(26ㆍ간호사)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자신이 의미 없이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아이들이 혹여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는 것.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다 보니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권 씨는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해 즐거웠다”며 “도리어 아이들이 자신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봉사단원들이 담은 김장은 상록보육원뿐만 아니라 인근 홀몸노인(재가노인 포함 80여 가구)과 복지시설에도 전달됐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김장과 함께 쌀과 방한용품(전기장판)도 전했다.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정순임(65) 할머니는 김장을 받고 기뻐했다. 지금껏 김장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정 할머니는, “우리 두 노인네 올겨울 반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며 “우리같이 없는 노인들을 도와주니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했다.

오후 4시, 모든 봉사활동이 끝났다. 하루 종일 봉사활동을 하느라 몸은 지쳤지만, 단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오늘 하루 김장과 더불어 행복까지 담그고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