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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선 ‘線·形·物(선형물)의 어울림’전이라는 제목의 이색 전시회가 열렸다. 흔히 ‘회화’하면 유화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여기에 전시된 작품들은 물감이라는 안료에 패브릭, 한지, 아트비즈, 큐빅 같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꽃과 나비 등을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캔버스는 사각형이라는 통념을 깬 다각형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 작가의 다양한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회의 작가는 문은주(53) 씨. 그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첫돌을 지나며 발병한 소아마비로 두 다리와 오른쪽 팔이 마비된 그는 왼쪽 팔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남들과 신체조건이 다르다는 것은 사춘기 소녀에게는 큰 고통이었을 터. 그는 그 고통과 좌절을 그림으로 달랬다고 한다.
“제 옆엔 늘 그림, 물감, 스케치북이 함께했죠. 그래서 한때는 미대에 진학하려고 개인레슨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장애를 가진 내가 그린 그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하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그림 그리는 걸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
20년 넘게 습작기를 보내고 40대가 되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그림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9번의 개인전을 열면서 팬들도 제법 생겼다.
“장애인들에게 더 많이 지원됐으면 좋겠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내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림이 저에게 유일한 위로와 희망이었던 것처럼, 제 그림이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그림을 통해 인생이 달라졌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칫 안으로 움추러들기 쉬운데 그림을 그리며 사람들을 만나게 돼 활동성이 생기고 몸도 건강해졌다는 것. 그는 현재 선사랑드로잉회 회장과 (사)소울음아트센터 이사로 활동하면서 후배 미술지망생 양성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남편을 만난 것도 그림이 인연이 되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림을 계속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복권기금의 도움이 컸어요. 복권기금 지원으로 3차례나 개인전을 열 수 있었거든요. 이번 전시회도 복권기금 지원으로 제가 원하는 재료들을 구입해 구상했던 작품들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복권기금이 없었더라면 개인전도 열 수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작품 활동을 포기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정말 고맙죠.”
그는 솔직히 복권기금을 알기 전까지는 복권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말한다. 복권을 사는 사람을 보면 ‘헛된 꿈을 꾸는 것이다, 차라리 그 돈을 기부하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정말 그 돈의 일부가 저 같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되고, 일부는 사람들에게 행운도 안겨주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도 열심히 복권을 사고 있어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바람을 이야기했다. “장애인에겐 복권기금 지원을 받는 게 큰 소망이에요. 장애인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지원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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