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문화공간이자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일죽 작은 도서관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자리한 ‘일죽 작은 도서관’에 들어서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도서관이 밝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왼편에 있는 유아열람실의 연두색 벽과 노란색 책꽂이가 눈에 띈다. 아이와 엄마가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방처럼 꾸며놓은 배려가 따뜻함을 선사한다.

복권기금 지원(3억1170만 원)으로 2007년 설립된 이곳은 이름만 ‘작은 도서관’이지 실상은 작지 않다. 다른 작은 도서관이 99~165㎡(30~50평)인 것에 비해 이곳은 396여㎡(120평)나 되며, 소장하고 있는 서적만 해도 78여 종(18종의 간행물 제외) 2만3000권에 이른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도 150여 명이나 된다.

일죽 작은 도서관 채후자 대표는 “우리 도서관은 웬만한 군립도서관 수준”이라면서 “일죽면뿐 아니라 인근 지역인 율면, 삼성면, 설성면, 장호원 주민들도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 해소

종이접기 방학숙제를 위해 책을 보러 왔다는 김미민(초등5) 양은 “작은 도서관이 생겨서 좋은 점은 무엇보다 책을 빌리기 위해 안성 시내에 있는 중앙도서관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도서관은 멀어서 가기가 힘들어요. 자동차로 왕복 1시간 이상 걸리고, 버스를 타면 걷는 시간까지 포함해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다 보니 잘 이용하지 않았죠. 그런데 여기는 그냥 걸어서 올 수 있어서 좋아요. 오면 친구들도 있으니까 같이 숙제도 할 수 하고요.”

일죽 작은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는 공간만은 아니다. 지역 문화 공간으로도 한몫하고 있다.

안성시와 이천시 경계에 자리한 일죽면은 그동안 안성시에서 소외된 지역이었다. 특히 문화시설이 전혀 없는 문화 불모지였다. 그런데 작은 도서관이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이 많이 해소됐다는 것이 채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명상수업(주 1회)과 한문수업(주 2회) 등 각종 무료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평생학습도 운영한다. 수강료의 50%를 시에서 지원하는 평생학습으로는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피오피(POP), 도자기, 핸드페인팅 같은 수업과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미술 수업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도서관 시청각실은 지역 주민의 회의 장소로도 개방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토요극장을 열어 무료로 영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집이 근처라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는 최영선(62) 씨는 토요극장의 팬이다.

“영화가 보고 싶으면 ‘영화관에 가야지’가 아니라 ‘도서관에 가야지’ 해요. 토요극장도 즐겨 이용하지만, 그냥 아무 때나 혼자 와서 DVD를 보기도 하죠.”

최씨는 이곳에서 평생교육 수업을 듣고 있으며, 수업이 없는 날에는 책을 빌리고 컴퓨터도 이용한다. 그는 “작은 도서관은 우리 지역의 유일한 문화 공간”이라면서 “복권기금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큰 선물을 주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도서관 덕에 아이들 방황하지 않아

이곳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오후 7시에 개방한다. 그리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달빛도서관이 열린다.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이날 하루만은 밤 10시까지 도서관을 개방하는 것.

채 대표에 따르면, 낮 시간에는 주로 주부들이 많이 찾고 오후에는 주로 학생들의 쉼터가 된다고 한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비는데, 아이들이 그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요. 그리고 외진 시골 같은 경우 운행 버스가 아침, 저녁 두 번밖에 없기 때문에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도서관을 이용하죠. 도서관이 학교와 터미널 옆에 있어 지리적 조건도 좋아요.”

그는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아이들이 거리에서 많이 배회했다”며 “도서관 덕에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역 청소년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공부로 심신이 지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죽 로터리클럽에서는 해마다 두 번씩 도서관 이용 우수 청소년을 선정, 시상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 횟수가 많고 이용 태도도 바른 청소년들에게 도서상품권 등을 나눠줌으로써 지역 청소년들을 도서관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봉사단체가 도서관을 후원하는 것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 삶의 질을 생각하는 만큼 이곳에서는 소외 계층과 환경도 고려하고 있다. 지역 봉사단체와 연계해 장애인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시로 환경에 관한 강좌를 열기도 하고, 폐현수막으로 도서 대여 가방을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일죽 작은 도서관은 지역 주민에게 지식충전소이자 문화 공간이자 쉼터 구실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것이다.

|	일죽 작은 도서관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