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권기금으로 설립된 서울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서울시의 대표적인 노인 전문 요양시설인 마포구 성산동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이곳에 들어서면 병원이라는 차가운 느낌보다 안락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환자복 대신 사복을 입은 환자들, 가정에서처럼 일반 그릇에 담겨 나오는 밥과 반찬들은 집처럼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한 센터 측의 배려다.

시설은 전문 요양센터와 주간 보호센터로 나뉘어 운영된다. 주간 보호센터는 낮 동안 가족을 대신해 어르신들을 보호하는 곳으로, 아침마다 센터 버스를 이용해 가정에서 어르신들을 모셔 온다. 전문 요양센터는 어르신들이 입소해 장기간 머물면서 서비스를 받는 곳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1, 2등급의 어르신이 입소할 수 있다.

입소하기 위해서는 1인당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에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전문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 의료보다 생활에 초점을 맞춘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다양한 케어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센터 생활에 즐거움을 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가 마주한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중증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저소득 노인층을 보살피는 일이다. 서울시가 2007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약 7.8%인 80만3400명이며, 그중 8.2%인 6만5900명이 치매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서울시 치매 노인은 계속 증가해 2010년에는 7만7200명에 이르렀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 12만58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최고 시설과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시설을 자비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 인구는 많지 않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무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자격이 안 되는 차상위계층 노인들과 가족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는 2003년부터 시정 4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로 치매시설 확충 계획을 수립했다. 1구 1요양시설 확충을 목표로 노인 전문 요양시설 설립을 지원하기로 한 것. 노인 전문 요양시설이란 치매, 중풍 같은 중증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입소해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총 141억 원의 복권기금을 배분받아 4곳의 노인 전문 요양시설을 설립하는 데 지원했다. 2005~2006년 마포구 성산동 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2007년 노원구 하계동 하계노인전문요양원, 2008년 서대문 노인전문요양시설, 2008년 금천구 금천노인전문요양시설이 문을 열 당시 건축비, 부지 매입비 등이 복권기금을 통해 마련된 것.

서부 노인전문요양센터가 개원할 때만 해도 서울시 내 공공 보호가 필요한 중증 질환의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 노인 인구는 5500명 정도였다. 그중 차상위계층은 4100여 명이지만 이들이 실비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6곳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원구, 서대문구, 금천구 등에 잇따라 센터가 개원함으로써 입소 수요를 점차 맞춰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설립, 운영하고 있는 요양시설들의 서비스나 생활환경 수준은 민간 시설 못지않다. 그만큼 입소 희망자들도 많아 이미 정원이 찬 상태다. 대기자 수도 1373명에 달한다. 현재 대기자들은 주간 보호나 방문 요양 등 재가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대기자들이 앞으로 전문가 가까이에서 좀 더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안락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인 전문 요양시설을 계속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 서울시 재정담당관 민자관리 김영숙 팀장

<인터뷰> 서울시 재정담당관 민자관리 김영숙 팀장

“복권기금 덕에 ‘긴 병에 효자’ 늘었어요”

-서울시 노인 전문 요양시설 지원 사업의 성과를 소개한다면.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요양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분들의 건강이 호전된 점을 들 수 있어요. 중증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른이 계시면 가족 중 누군가가 24시간 투병 노인을 부양해야 해요. 하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듯이, 투병 노인 부양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고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곤 하죠. 하지만 전문 시설의 도움을 받으면 가정불화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또한 투병 노인 가족들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서부 노인전문요양센터를 방문했을 때였어요. 그곳 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을 보니 ‘노인이 된다고 비참한 것이 아니라, 자기 나이답게 살 수 없는 게 비참한 것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병이 있더라도 편하고 즐거운 요양이 가능하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시대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죠. 그 길을 닦는 데 복권기금과 서울시의 노인 전문 요양시설 지원 사업이 힘을 싣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껴요.”

-2011년 사업 계획은.

“서울시는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인 의료재활시설 건립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에요. 서울 소재 장애인 재활병원은 2개소에 불과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죠. 또한 장애인 재활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커요. 사회적 소외계층인 장애인 재활치료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가족의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장애인 재활병원을 확충하고자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