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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뉴스는 읽는 사람이 많다. 복권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액이 크게 늘었다는 해외 기사를 보면서 ‘그 나라에 가볼 수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최근에 읽었던 복권 기사 가운데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은 ‘기부 천사 서티스’에 대한 이야기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검색해보니 2009년 5월 기사였다. 주인공은 영국의 제인 서티스. 그는 2008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750만 파운드(약 135억 원)를 받았다. 아이 다섯을 키우는 가난한 싱글맘이 벼락부자가 된 것이다.

복권 벼락부자의 불행한 스토리를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돈을 헤프게 쓰다가 쫄딱 망한 이야기는 물론, 친구를 잃고 외로움에 빠진 사람의 하소연도 신문에서 읽은 적 있다. 영국의 전직 제빵사 키스 고프는 2005년 900만 파운드(약 160억 원)를 복권 당첨금으로 받았다가 27년을 함께 살아온 부인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자녀와도 재산 분쟁을 벌인 끝에 결국 스트레스와 과음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차라리 복권 1등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가난하지만 희망을 가진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티스는 달랐다. 그는 무엇을 했을까.

서티스는 당첨금을 손에 넣은 뒤 다른 당첨자들처럼 사치품을 마음껏 사들이지도, 호화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세계 최빈국 에티오피아로 날아가 현지 아동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당첨금에서 5만 파운드(약 9000만 원)를 떼어 기부했고, 매년 기부를 계속 하겠다고 약속했다. 서티스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고 이들의 인생을 바꿔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신문의 사진 속에서 에티오피아 소년들과 미소 지으며 서 있는 서티스의 모습은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국내 복권 애호가 가운데 상당수가 서티스 같은 봉사와 자선 사업에 뜻을 두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복권 1등에 당첨되면 봉사하는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로또복권의 1등 최고 당첨금액은 117억여 원이었다. 같은 1등이지만 최저 당첨금액인 5억6000만 원의 20배가 넘는 액수다. 최고 당첨금액 외에도 100억 원이 넘는 경우가 네 번 나왔다. 모두 당첨자가 1명인 경우였다.

당첨되지 않더라도 복권 구매만으로 기부자가 될 수 있다. ‘나눔’ 복권이기 때문이다. 복권 판매 수익금의 일정 비율이 복지 사업에 쓰이는 구조여서 복권을 구매하는 순간 복권기금을 통해 각종 복지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복권위원회가 한국갤럽과 함께 2009년 전국 국민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권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이런 점이 확인됐다. ‘복권은 나눔 행위’라는 인식에 공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55.0%가 ‘공감한다’고 답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 비율 45.0%보다 높았다. 복권 구매자의 경우 ‘복권은 나눔 행위’라는 인식에 공감하는 비율이 68.8%로 더 높았다. 물론 복지 사업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경제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복권 구매는 바람직하지 않다. 다행히도 설문조사 응답자의 복권 구매 금액은 평균 6580원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전체의 66.9%가 5000원 이하로 복권을 구매했다. 한 번에 1만 원 넘게 구매하는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좋은 곳에 쓴다’고 하지만 복권을 팔아 모은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복권을 팔아 모은 복권기금의 약 50%는 당첨금으로 나가고 약 8%는 복권을 발행하고 파는 비용에 들어간다. 42% 정도가 복권 사업의 재원이 되는 것이다. 당첨자가 찾아가지 않은 돈도 복권기금으로 합해져 여러 사업에 쓰인다. 로또복권의 복권기금 적립 비율이 42%라는 것은 1000원짜리 복권이 한 장 팔리면 420원이 기금으로 쌓인다는 의미다. 복권위원회는 공익기금으로 떼는 비율이 경마(3%), 카지노(18%), 스포츠토토(15~30%)에 비해 단연 높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나라의 복권기금 적립 비율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일본(39.8%)이 우리나라와 비슷할 뿐이고 미국(33.4%), 대만(26.7%), 홍콩(15.0%)은 우리보다 낮다.

정부는 2011년 복권기금 총액이 3조341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복권기금 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이 총 1조1955억 원(계획안)이다. 이 기금이 어떻게 쓰이느냐가 중요하다. 모두 공익사업에 들어간다면 꽤 큰 금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떼어줄 곳이 있다. 법에 정해놓은 곳에 수익금을 나눠줘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 여러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이 알아서 복권을 발행하던 것을 지금 같은 방식으로 통합하면서 수익금을 일정 비율 나눠주기로 약속한 결과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고용보험 기금, 학자금 지원, 다문화가족 지원 등에도 사업 자금을 나눠주라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어쨌든 현재는 모두 10개 기관 또는 지자체에 복권 수익금의 35%가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계산이 좀 복잡하지만, 2011년의 경우 복권기금 총액 2조5329억 원에서 총비용 1조5010억 원을 빼면 1조319억 원이고, 이 금액의 35%는 3612억 원이다. 이 금액을 법에 정한 곳에 나눠주고 남은 돈 8343억 원이 공익사업 자금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복권을 통한 복지가 가능한지 여부도 이 자금의 쓰임새에 따라 평가되는 셈이다.

공익사업은 크게 다섯 종류다. 2011년 공익사업 계획(안)을 보면 △서민 주거안정에 4814억 원 △소외계층 복지에 2886억 원 △보훈복지에 165억 원 △문화예술진흥에 474억 원 △재해재난 긴급구호에 5억 원이 들어간다. 도심 지역의 다가구주택을 사들이거나 전세로 빌려 저소득층에 싸게 임대하는 사업도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새로 시작한 사업은 서민 대출을 돕는 보증금으로, 1200억 원이 배정되며 5년간 총 6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단, 이 돈이 직접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신용보증을 통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게 총 2조 원가량이 대출되는 것이다. 문화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지방 주민들을 위한 순회공연 지원 금액도 2010년에 비해 상당히 증액됐다.

다양한 공익사업들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도록 효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즉, 사업별로 엄정한 평가를 거쳐 우수 등급을 받은 사업에 자금이 우선적으로 증액 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2011년의 경우 소외지역 문화나눔 사업이 증액 대상이 됐다. 복권이 복지와 나눔의 통로가 될 수 있으려면 서민 소외계층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사업이 개발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복권기금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복권 구매자가 복권기금이 얼마가 조성돼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언제라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복권은 기부’라는 데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