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권위원회 홍남기 사무처장

복권위원회 홍남기(51) 사무처장의 첫 인상은 후덕한 느낌을 준다. 잔잔한 말투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다.

복권위원회 사무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홍 사무처장을 세모에 만났다. 취임한 지 석 달이 넘었으니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을 마치고, 새로운 구상을 끝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밖에서 보던 것과 취임 후 일하면서 갖게 된 복권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 같은데요.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복권을 ‘인생 역전’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 일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바는 많은 국민이 저처럼 복권의 특성(공익성, 공공성)을 잘 모르고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복권은 ‘절반의 행운과 절반의 기부’인데, 사람들이 행운만 알고 기부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우선은 복권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껴 정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복권의 사행성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과 공익사업을 위해 복권기금이 더 필요하다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해외에 오래 근무했고, 취임 후에도 해외의 복권 제도를 살펴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선진국은 복권을 건전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죠. 영국은 여왕이 마권을 사는 게 생중계될 정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복권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입니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산업을 키우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즉, 국민 인식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 증가를 꾀한다면 정부가 사행산업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죠. 복권 매출액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먼저 인식 개선에 주력한 후 선진국처럼 복권을 레저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익성을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복권의 공익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복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확대와 더불어, 연간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공익기금사업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이 많지 않죠. 이를 위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복권기금이 좋은 일에 쓰이고 소중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랜드마크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서민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설 같은 것이 되어야겠죠.”

-복권기금이 너무 많은 사업에 사용되다 보니 랜드마크 조성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큰 사업을 할 재원 마련이 선행되어야겠죠. 또한 랜드마크 사업은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것이라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주거나 복지, 교육 사업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공익기금 절반이 주거안정 사업에 사용되는데, 이것이 전체 주거 사업에 포함되다 보니 복권기금 사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쪽방촌 지원 사업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고, 저소득층 학생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나 복지시설, 문화시설을 만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부분이 있다면.

“앞에서 말한 바처럼 좀 더 효율적인 복권 인식 개선 방법을 찾을 계획입니다. 또한 복권 상품과 관련해서는 온라인복권 사업의 핵심 솔루션을 국산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선진국은 로또복권과 인쇄복권의 비율이 7 대 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로또복권에 편중되어 불균형이 심한 편입니다. 양쪽이 균형을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상반기에 연금식 복권이 도입되고, 상금이 아닌 경품당첨 제도가 생기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복권기금은 자기네 쌈짓돈이라는 일부 기관의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 법정배분사업도 손질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공익사업뿐 아니라 법정배분사업에 대한 배분율도 조정할 생각입니다.”

-2010년 11월 30일에 있었던 행복공감 봉사단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끝까지 참여하는데요.

“처음으로 행복공감 봉사단 활동에 참여했는데, 이런 일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이 고맙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많이 놀랐습니다. 먼저 평일인데도 1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한 데 놀랐고, 연탄을 나르는 힘든 일이었음에도 여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데 더 놀랐죠. 부산에서 온 친구도 있더군요. 더욱이 단원들이 불평불만 없이 연탄을 나르니까 힘들어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이 봉사활동이 계속됐으면 좋겠고, 형편이 되는 대로 꼭 참석할 생각입니다.”

-평소 나눔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요.

“남들 하는 정도였죠. 지금도 기회가 되면 야학 교사를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과거에 개발도상국의 원조를 돕는 업무를 4년 정도 했는데, 그 인연으로 외국에서 개발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공직 생활을 마친 후에 기회가 된다면 그런 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은퇴 후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집사람과 뜻이 맞아야겠죠.”

-25년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998년 금융위기 당시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때 예산총괄계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예산 편성을 다섯 차례나 다시 하는 등 고생이 많았지만,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일했다는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의 금융통화 스와프 체결이 위기 극복에 큰 구실을 했다고 봅니다. 당시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면서 금융 스와프 체결에 일조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