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식당’이 입주한 곳은 복권기금으로 건립된 보령지역자활센터의 1층이다. 복권기금이 자활근로사업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일반커피전문점에서 기술을 습득한다.’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2014년 봄, 이 공고문을 접한 뒤 곧바로 보령지역자활센터를 찾은 이가 있다. 스무살의 김도진 씨였다. 당시 그는 게임중독자였고, 학업중단자였다. 어느새 그의 등에 ‘실패자’란 딱지가 붙었다. 다행히도 실패라는 단어보다 제대로 살고 싶다는 ‘의욕’이 더 강했다. 그로부터 1년 후, 김씨는 착한카페의 종업원으로 취직했다. 착한카페는 보령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자활근로사업단 중 하나다.

정승영 보령지역자활센터 센터장은 “자활근로사업장에서 일하는 종업원 중에는 김씨와 같은 사례가 많다”며 “이들은 인생의 밑바닥에서 헤맨 과거를 갖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활의 발판을 마련한 경우다.

그의 말처럼 보령지역자활센터는 자활의욕과 근로능력을 가진 저소득층 수급자를 종업원으로 채용하고, 이들이 수급에서 벗어나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하고 싶지만 일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에 따른 기대효과는 제법 크다. 개별 취업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지역공동체 창업이 가능하다. 지역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립을 통해 지역사회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착한식당의 사례를 살펴보자. 착한식당은 보령머드쌀, 민물새우, 서리태콩 등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다. 지역특산물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아이템이다. 착한식당처럼 착한 비즈니스를 내세운 아이템은 총 9가지에 달한다. ▲착한카페 ▲착한식당 ▲밥이랑찬이랑 ▲보호자없는병동 ▲자활사업도우미 ▲보령누룽지과자 ▲그린나래공장 ▲복지간병 ▲게이트웨이다.

정승영 센터장은 “실생활과 관련 있는 아이템이라면 사업성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고, 음식과 복지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자활근로사업이 닻을 내린 지 이제 9개월. 사업의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지금까지는 순항중이다. 최근 수익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사업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착한카페와 착한식당의 월 평균 매출은 각각 800만 원, 6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보령지역자활센터가 시장조사를 통해 예상했던 평균 매출(472만 원, 605만 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다. 보령지역자활센터가 체계적인 분석과 마인드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희소식도 있다. 건강한 자활을 표방한 보령지역자활센터가 올 7월 6일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4년 지역자활센터 평가’에서 도농복합형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복지부는 매년 전국 230개의 센터를 대상으로 자활성공률, 취업유지율, 사업단 운영, 자활기업 지원 등을 평가한다. 보령지역자활센터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중 근로 능력이 있고 의지가 강한 대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점과 자활 대상자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

보령지역자활센터의 자활근로사업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복권기금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보령지역자활센터가 완공됐고, 덕분에 직원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자활근로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특히 자활근로사업 중 하나인 착한식당이 복권기금으로 건립한 보령지역자활센터 1층에 입주한 것은 상징적이다. 김용우 보령지역자활센터 팀장은 “복권기금이 자활근로사업의 인큐베이팅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자활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애로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체계적인 사업계획과 지역주민의 열렬한 참여, 여기에 수급자의 자활이라는 사회적 의미까지 더해졌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치 않다. 사업의 핵심인 고객 확보가 만만치 않고, 수급자에게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수급자의 자립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이다.

정승영 센터장은 “수급에 익숙해진 탓에 직업을 갖고 자활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이들도 일부 있다”며 “그런 이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자활을 위한 사업은 끊임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정승영 센터장은 현재 푸드트럭을 활용한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건강한 자활을 꿈꾸는, 그러면서도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자활근로사업이다. 오늘도 보령지역자활센터는 희망을 만든다.

글·김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