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태 문화유산채널 PD는 “2010년부터 꾸준히 문화재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복권기금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구 헤리티지채널)은 요즘 문화재를 카메라 앵글에 담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제작 방법이 독특하다. 헬리캠(무인항공기 카메라)을 띄워 근대 건축의 백미로 평가받는 전주 전동성당의 모습을 담고, 타임랩스(장시간 촬영한 영상을 압축해 짧은 시간에 보여주는 것) 기법을 활용해 섬세함과 정교함의 총체인 갓 제작과정을 찍는다. 모두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김한태 문화유산채널 PD는 “문화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찍으면 숨어 있는 ‘멋’과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다”며 “문화재 전문채널인 문화유산채널만이 시도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문화유산채널은 기존 미디어와 무엇이 다른가.

“문화유산채널은 국내 유일 문화재 공익 전문채널이다. 과거엔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가야 문화재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람들마다 단말기(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를 갖고 다닌다. 문화재를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잘 활용하면 문화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떤 문화재를 아이템으로 선정하나.

“기본적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 유네스코 잠정목록, 미래유산 등을 소재로 선정한다. 때로는 문화재의 특징이나 시의성 등을 고려해 선정하기도 하는데, 계절이 변하는 시기엔 자연유산을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무형유산의 경우 보유자의 나이나 건강상태를 고려해 아이템으로 삼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아이템 소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은 문화재의 보고(寶庫)다. 아직 콘텐츠로 재탄생하지 못한 문화재가 너무 많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나.

“총 5가지 카테고리로 이뤄진다. 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고품격 영상미로 풀어놓은 ‘이미지 다큐’, 문화유산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접근한 ‘스토리 다큐’, 한국의 천연기념물을 담은 ‘자연?생태 다큐’, 국내외 문화유산 관련 이슈와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ㆍ정보 다큐’, 중요무형문화재 관련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재 아카이브’다. 올빼미와 같은 한국의 천연기념물 동물을 소개하는 자연생태 다큐는 올해 처음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신나게 제작하고 있다.”

-콘텐츠는 공유될 때 가치가 빛난다.

“맞는 이야기다. 아무리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재라도 공유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문화재 콘텐츠 활용에 방점을 둔다. 현재 한국문화재재단의 자체 채널인 문화유산채널뿐만 아니라 방송국, 교육기관, 해외문화홍보원, 세종학당재단 등 시청자와 구독층을 확보한 채널에 우리가 제작한 문화재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문화유산채널이 기획한 문화재 콘텐츠가 KBS에서 방영됐다.

“지난해 11월 28일 KBS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특집 기념으로 제작한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축제, 농악’이 전파를 탔다. 샘 헤팅턴 등 외국인 연예인을 섭외해 지역 보존회에 가서 직접 배우는 예능 다큐멘터리다. 당시 기획안을 들고 KBS를 찾았을 때 담당 PD가 무척 반가워했던 게 생각난다. 지상파 방송사라고 해도 문화재로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시청률, 방송시간대, 제작비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유산채널이 문화재 예능 다큐멘터리 기획안을 마련한 것이다.”

-교과서문화유산이 눈에 띈다.

“문화재 콘텐츠를 활용하기 가장 좋은 분야가 교육이다. 교사들이 교과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데, 지난해부터 현장 교사들의 자문을 받아 교과과정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학창시절에 문화재를 많이 접하고, 그때 접한 잔상이 오래 가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만든다.”

문화유산 자체가 ‘복권’

-이 일을 복권기금이 지원하고 있다.

“문화재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느끼는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이 크다. 2010년부터 꾸준히 문화재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복권기금 덕분이다. 나는 문화유산 자체가 ‘복권’이라고 생각한다. 복권에는 희망, 꿈, 기대 등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설렘을 주는 순기능이 있다. 문화재가 주는 희망과 즐거움도 그와 다르지 않다.”

-앞으로 바람은.

“문화유산 전문PD를 양성하고 싶다. 최근 예능이 대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양의 중요성과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문화재를 조명하는 교양PD는 더욱 그렇다. 느린 것 같고,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이가 깊다.”

글·김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