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빈씨는 "복권은 누구나 한 번쯤 구입했거나 마주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복권이야 말로 대중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9월 21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건물에서 조촐한 기념식이 열렸다. 이름하여 ‘나눔로또 옴부즈만 2기 발대식.’ 열기가 고조될 쯤, 한 남성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배용호 나눔로또 공익마케팅 팀장이었다. 그가 두 눈을 반짝이며 청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호주의 오페라하우스와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간의 공통점을 아는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배 팀장이 빙긋이 웃음을 지으면서 자문자답했다. “두 건물 모두 복권기금으로 건립됐다. 현재 한국의 많은 사람들과 기관들이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는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복권기금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강조하기 위해서다. 복권기금은 ‘복권 및 복권 기금법 제23조 1항’에 따라 복권기금의 35%를 법으로 정한 사업에 사용한다. 나머지 65%는 복권위원회가 선정한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공익사업에 쓰인다.

배 팀장의 설명을 들은 15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복권기금의 역할과 기대효과를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나눔로또 옴부즈만은 9월 21일부터 10월 26일까지 세 가지 활동에 참여한다. 복권기금의 긍정적 가치를 알리고, 복권의 건전한 구매 문화를 알리며, 복권판매점 혹은 나눔로또 주관 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앞서 진행된 나눔로또 옴부즈만 1기 멤버 중 활동우수자 5명이 2기 옴부즈만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1기에 이어 2기 옴부즈만에 선발된 최수빈(34) 씨가 대표적인 예다. 최씨는 “평소 직접 복권을 구입할 정도로 복권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나눔로또 옴부즈만 2기 활동이 더욱 의미 있다”며 "짧고 굵게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나눔로또 옴부즈만이 다른 활동과 색다른 점은 뭔가.

“사기업의 서포터즈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사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은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사실 그 가치가 크지 않다. 심지어 아예 모르고 살 수도 있다. 반대로 복권은 조금 다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구입했거나 마주한 경험이 있다. 복권이야 말로 대중적인 상품인 셈이다.”

-평소 복권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나.

“복권을 구매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중년여성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복권을 대량이 아닌 소량으로 구매한다. 특히 좋은 꿈을 꾸었다거나 컨디션이 좋다거나 연말연초 기념일일 때 구입한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무척 평범한 이웃인 셈이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복권 한 장으로 꿈을 갖고 희망을 키우는 게 일상화됐다고 생각한다.

-나눔로또 옴부즈만 1기 활동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뭔가.

“로또 추첨 방송에 참관한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로또 추첨 방송이 끝날 때까지 2~3시간의 과정을 빈틈없이 보려니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됐다. 신뢰가 생겼다. 아울러 로또 추첨 방송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별개로 매주 이런 과정을 거쳐 로또 추첨 방송이 진행한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옴부즈만 활동 후 본인의 달라진 점은 뭔가.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점이다. 사실 그동안 복권을 구매하면서도 복권기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복권 한 장을 1000원에 구입하면 그중 400원이 복지기금으로 쓰인다는데, 그게 어디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복권기금을 활용해 다문화, 미혼모, 독거노인 등을 위해 사용된다고 하니 사용처를 샅샅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1000원으로 복권을 구입해도 허투루 돈을 썼다는 생각이 안 들 것이다.”

-아쉬웠던 점

“우리나라에 복권판매점을 비롯한 업체가 수천 개에 달한다. 문제는 점주들이 나눔로또 옴부즈만의 존재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옴부즈만 1기로 활동할 당시 복권판매점을 취재하려고 방문했더니 오히려 경계를 해 적잖이 당황했다. 오해 아닌 오해를 겪고 나서는 옴부즈만의 기대치를 끌어올려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점점 옴부즈만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눔로또 옴부즈만 2기 땐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이번 2기엔 프로그램 봉사활동이 추가됐다. 봉사활동을 계기로 복권기금 현황을 샅샅이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복권기금의 긍정적인 면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옴부즈만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옴부즈만은 사행성 조장에 앞장서는 게 아니라 건전하게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건전한 복권 문화 조성은 중요한 일이다. 소박하지만 복권 한 장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건전한 복권문화를 조성하는 데 옴부즈만이 기여한다면 복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 것이라 생각한다.”

글·김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