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권기금은 문화재보호기금을 활용해 문화재를 콘텐츠로 제작하고, 화재로부터 지키며, 발굴비용을 부담한다.

디지털의 백미는 속도다. 빠르고 간단하며 즉각적이다. 이런 디지털 시대에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된 문화재는 자칫 유물로만 남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재를 고리타분한 것으로 취급해선 곤란하다. 세계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가마다 민족의 뿌리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우리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복권기금은 문화재보호기금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이 추구하는 것은 ‘문화재 보호’와 ‘애국심 고취’다. 문화재보호기금은 ▲문화유산채널(구 헤리티지채널) 구축ㆍ운영 ▲문화재 돌봄 사업 ▲문화재 재난안전 관리 ▲궁ㆍ능 방재시스템 구축 ▲문화재 긴급보수 사업 ▲소규모ㆍ긴급 발굴조사 지원 ▲출토유물보관센터 건립 지원 ▲서해 수중유물 보관동 건립 ▲국내외 문화재 긴급매입 ▲아ㆍ태무형문화유산전당 건립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활용하겠다는 복권기금의 전략이 구체화된 결과다. 국내 유일 공익 전문채널인 문화유산채널이 대표적이다. 2010년 7월 오픈한 문화유산채널 온라인사이트(www.k-heritage.tv)는 현재 7개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문화유산 전문채널로 거듭났다. 고품질 문화유산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 보급함으로써 문화유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최근엔 방송국, 교육기관, 해외문화홍보원, 세종학당재단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문화유산의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데 주력한다.

‘문화재 돌봄 사업’은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사업이다.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해 시도지정 문화재, 등록문화재, 보존가치가 큰 비(非)지정문화재 등을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전통가옥도 보존 대상이다. 복권위원회는 166개소의 전통가옥을 보수하기 위해 복권기금 15억 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전통가옥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에 대한 재난안전 관리도 이뤄진다. 복권위원회는 화재에 취약한 목조문화재를 방재시스템 사업대상에 포함, 신속하게 초동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경비원과 안전관리 모니터링을 마련했다. 올해엔 복권기금 88억4000만 원을 지원해 문화재 방재시설을 구축하고 점검, 유지, 보수 등을 생활화하고 있다. 아울러 재난 및 안전관리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문화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궁(宮)과 능(陵)에 대한 방재시스템도 구축한다. 재난에 의한 원형시설의 훼손을 사전에 예방하고 문화재를 전승하기 위해서다. 사업대상은 4대궁을 비롯한 종묘, 조선왕릉이다. 소방시설과 종합경비시스템 운영 등에 총 37억 원의 복권기금을 지원한 상태다.

문화재의 노후화에 대비하는 사업도 있다. 문화재 긴급보수사업이다. 자연적으로 퇴락하거나 노후화된 문화재를 신속히 복구해 추가 훼손을 방지한다. 보수가 지연됨에 따라 예산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것을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문화재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다.

개인이 공사를 하던 중 문화재를 발굴했을 경우 발굴비용도 복권기금으로 충당한다. 서민과 영세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고 원활한 매장문화재 보존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복권위원회는 지난해 이 사업에 총 115억 원의 기금을 투입했다. 이와 함께 15억 원을 지원해 재해, 도굴 등 훼손위기의 매장문화재를 시급히 발굴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서해수중유물보관동 완공 예정

문화유산의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위한 출토유물보관센터건립도 지원한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출토유물보관센터와 수장고 건립이 이뤄지고 있다. 천연기념물센터 수장고 및 연구동 건립에 27억 원이 지원됐고, 경주출토유물보관동과 가야출토유물보관동 건립에 각각 4억, 1억 원이 투입됐다.

태규옥 국립문화재연구소 사무관은 “천연기념물센터 수장고 및 연구동은 건립중이고, 경주출토유물보관동과 가야출토유물보관동은 설계단계에 있다”며 “기존 수장고가 과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장고와 연구센터가 설립되면 안전하게 유물을 보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발굴조사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아 수중문화재 연구를 위한 대대적인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서해수중유물보관동 건립이 그것. 이 사업에 총 253억 원의 복권기금을 책정했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보관동이 완공되면 전북과 충남 등 서해에서 발굴되는 고선박과 수중유물을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거점지역이 생기는 셈이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이광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담당자는 “최근 수중발굴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서해에서 인양한 고선박, 청자, 목간 등 유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서해수중유물보관동이 완공되면 우리나라 수중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