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지마비 장애를 가진 김종열 목사가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부인 이경림 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여보, 다녀올게요. 오늘도 승리합시다.”

분홍색 와이셔츠에 녹색 넥타이, 멋지게 드라이한 머리 스타일로 한껏 멋을 낸 김종렬(62) 목사는 오늘도 힘차게 집을 나선다. 예전 같으면 부인 이경림(50) 씨의 도움이 없으면 문밖에도 나가기 힘들었지만, 복권기금으로 지원받은 전동 휠체어가 있어 이제 홀로 외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김 목사는 복권기금이 지원하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전동 휠체어 보급사업 수혜자로 선정되어 7년 전에 전동 휠체어를 지급받았다. 전동 휠체어가 생기면서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왔던 부인 이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수동 휠체어를 탈 때에는 항상 제가 같이 있어야 목사님이 움직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전동 휠체어만 타시면 사무실도 가시고, 교회도 혼자 가실 수 있으니까 제가 많이 편해졌죠. 성도님들도 저보고 ‘매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더니 요즘은 혼자 다닐 때도 많아’ 그러세요.”

| 김종렬 씨

김 목사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경기도 용인 소재 글로리아교회에서 상담 봉사를 한다. 오늘은 봉사가 없는 날이지만, 상담 사무실에 들를 일이 있어 교회에 간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약 50m 정도 가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김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글로리아교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도 전동 휠체어가 없을 때는 이동이 힘들었다고 한다.

“저 같은 전신마비 장애자들은 간단한 거리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이동을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손가락을 못 움직이는데 팔목 힘으로 핸들을 건드리기만 해도 전동 휠체어가 절 이동시켜주니까 지금은 너무나도 편리합니다.”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실은 김 목사가 도착한 곳은 글로리아교회 4층 가정상담소. 김 목사는 이곳에서 상담소 소장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돕는 심리 상담을 하고 있다. 전동 휠체어가 없었다면 한번 이동하는 데도 부인의 도움이 필요했겠지만, 이제는 멀지 않은 거리는 김 목사 스스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상담소에 도착한 김 목사는 낡은 서류가방에서 안경과 특수 제작한 볼펜을 꺼낸 뒤, 상담소 인터넷 홈페이지를 열어 상담 요청 신청 확인을 했다. 걸려오는 전화를 잠깐 받은 후, 김 목사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1층에 위치한 예배실로 자리를 옮겼다.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움직임이다. 

김 목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찾아간 곳은 예배실. 이곳에서는 지역사회의 중증 장애인을 섬기는 미용 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발소에 가기 힘든 중증 장애인들에게 정성스레 머리를 손질해주면서 집에서만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김 목사는 미용 봉사를 하는 성도들과 잠시 기도를 한 뒤, 전동 휠체어를 움직여 이동하면서 봉사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목사가 전동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목사님의 수동 휠체어를 끌어줘야 했던 봉사원들의 수고도 덜어졌다.

미용 봉사를 하고 있는 홍순심(50) 씨는 “목사님이 수동 휠체어를 탈 때에는 저희들이 항상 밀어드려야 하고, 남한산성에 갔을 때는 저희들이 떠밀고 올라가야 했다”며 “전동 휠체어가 생기면서 사모님이 편해지신 게 제일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전동 휠체어로 새 삶을 살고 있는 김 목사는 1977년 철도청 근무 당시 불의의 사고로 경추골절에 따른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수출을 하기 위해 적재된 화물의 잠금장치가 제대로 잠기지 않아 화물이 떨어지면서 김 목사의 목 주변에 떨어진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러한 일을 당한 김 목사는 평생 침대 위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의 도움과 신앙의 힘으로 목사의 길을 가게 되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지난 2007년 11월에는 백석대학교에서 기독교 사회복지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동 휠체어는 그가 일반인들과 동일하게 생활하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인 셈이다.

현재 김 목사가 타고 다니는 전동 휠체어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급된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사지 또는 전신마비 증세로 침대 생활을 해야 하는 1, 2급 중증 장애인 국가유공자들에게 전동 및 수동 휠체어를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부터 복권기금이 지원되면서 더 많은 중증 장애인들에게 휠체어 지급이 가능해졌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동 및 전동 휠체어가 총 5051대 공급되었고, 올해에는 총 613대가 중증 장애인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전동 휠체어가 있어서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전동 휠체어가 더 많은 중증 장애인들에게 공급되고, 좀 더 나은 기구들을 개발해서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