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 전문의 안주연 메디웰병원장

-어떤 증상을 중독이라고 부르나요?

“의학적으로 좁은 의미의 중독은 물질, 성분에 의한 중독을 말합니다. 약물이나 알코올, 니코틴 중독이 여기에 해당되죠.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양이 점점 늘어나는 등의 내성, 끊었는데 손이 떨리거나 우울하고 초조해지는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나면 중독입니다. 과거에는 물질에 의한 중독만 중독으로 보았는데 현대사회가 공허하고 개인화되면서 행위중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행위에 중독되어도 물질중독과 비슷한 특징인 불안과 초조, 우울과 짜증, 불면과 식욕 저하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최근에는 도박, 주식, 게임, 인터넷 중독 같은 행위중독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독 원인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심리적 영향이 큽니다. ‘현실 도피’가 원인이 되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 현실을 잊고 싶고, 피하고 싶은 마음에 술이나 도박 등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는 거죠. 그래서 마음이 여린 분들이 중독에 걸리기 쉽습니다. 스스로 힘든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른 것에 기대면서 회피하고, 그게 중독이 되는 겁니다.

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과중한 업무라든가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은 데도 참고 받아들이는 편인 분들이 중독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편으로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는등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는 거죠.” 

-중독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보통은 주로 대화와 상담을 통해 치료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강의 교육도 하고, 같은 중독을 앓고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이야기하는 집단 상담 등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중독에 빠진 분들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치료가 같이 병행됩니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생기는 대인기피, 불안장애를 함께 앓는 분들이 많거든요.

중독되어 있는 것을 끊고 나면 실연당한 기분이 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생활을 함께했고 힘들 때 나를 위로해줬던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갑자기 관계를 단절하면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활동도 필요합니다. 미술, 음악, 동작, 웃음 치료 등의 예술 치료가 그중 하나입니다. 취미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중독은 특히 어떤 부분이 치료에 어려움을 주나요?

“몸에 밴 나쁜 습관이기 때문에 고치기가 어렵지만 본인 자신이 중독인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더 어렵습니다. 보통 중독에 걸린 분들은 자신의 상태를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은 충분히 안 할 수 있는데 혹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데 괜히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원래 회피적이고 도피적인 성향이 강한 분들이라 현실도 버텨내지 못하고 피하는 편인데 자신의 증상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죠. 일단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환자 스스로가 컨트롤을 못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한다면 치료는 쉬운 편이죠.”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다양해지고 좀 더 건전해진다면 중독에 걸리지 않겠죠. 다양한 취미를 만드는 것이 중독의 치료이자 예방법입니다. 또한 자가 체크가 중요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상에서 쉽게 자가 체크를 할 수가 있는데요,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체크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후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병원에 찾아오는 게 좋습니다. 상담센터나 정신보건센터를 찾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정신보건센터는 전국에 있는 보건소에서 정신과만 따로 떼어내 운영하는 곳이라 무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화로도 상담이 가능하고 지역 병원과 연결도 해주니 이용하면 좋겠죠.” 

-복권도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나요?

“사회적, 직업적, 신체적으로 문제가 되면 중독이라고 하는데, 복권은 사는 시간도 짧고 금액도 적기 때문에 중독으로 보기에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도박처럼 빚을 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사행적 성격도 약하죠. 굉장히 드물지만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해 가정 경제에 문제가 생기거나 너무 자주 복권을 사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되거나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라면 피해야겠죠. 오히려 천원의 행복이라고도 하잖아요. 적은 돈을 투자해서 일상생활에 기쁨이 되고 활력소가 되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권만이 희망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