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미국 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수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걸어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이들은 오염된 땅에서 토양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발이 코끼리 발처럼 붓는 상피병에 쉽게 노출됐다. 마이코스키는 아이들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울 방법을 궁리했다.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인 알파르가타의 독특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화감에서 영감을 얻어 캘리포니아에 ‘탐스슈즈(TOMS Shoes)’를 설립한 것이다.
탐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One for One(일대일 기부)’이라는 독특한 판매 방식이었다.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한 켤레를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첫해 목표는 200켤레를 기부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아이디어에 공감한 많은 이들의 동참으로 1만 켤레를 넘겼다. 2009년 40만 켤레, 2010년 9월에는 100만 켤레를 돌파했다. 2011년까지 탐스는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20여 개국에 총 200만 켤레 이상을 기부했다.

마이코스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고객이 안경 한 개를 구매할 때마다 한 사람이 안과 치료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게 돕는 ‘탐스 아이웨어(Eyewear)’를 통해 또 다른 일대일 기부에 나섰다. 마이코스키의 이런 정신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가 곧 기부가 되는 바야흐로 ‘착한 소비’의 전성시대다. 이제 소비자들은 그냥 아무 물건이나 사서 쓰는 게 아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이왕이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수익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구 환경에 해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 해당 기업이 윤리경영이나 기부를 잘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다. 노동력 착취나 환경오염이 없는 제품을 거래하는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것이 착한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착한 소비의 범주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에서 출발해 이제는 패션, 화장품, 가전까지 무한 확장하는 추세다. 열악한 제3세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품목으로 꼽히는 커피는 착한 소비가 대세이다. 스타벅스에서도 공정무역 커피를 팔 정도다. 생활협동조합인 자연드림은 아동 노동을 착취하지 않고 생산된 카카오를 수입해 초콜릿을 만든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신촌의 ‘꿈꾸는 청년가게’에서는 서울지역 52개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전시, 판매한다.

대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다양한 ‘착한 소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착한 소비자들이 윤리적 기업을 알아주기에 이미지를 제고하고 수익을 높이는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로하스(LOHAS)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착한 소비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로하스란 공동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전개하자는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면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구매하겠는가’라는 질문에 72.9%가 그렇다고 답했고 부정적 의견은 9.0%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윤리적 소비를 했다’는 응답자는 59.6%에 달해 실제 실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착한 소비’

착한 소비는 인간의 이기심을 자연스럽게 이타심으로 바꿔주는 순기능을 갖는다. 누구나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소비하지만 그 결과 어려운 이웃을 돕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이다. 쉽게 말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소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권은 누구나 자신만의 꿈을 꾸고 타인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1000원짜리 복권 한 장을 사면 500원의 기댓값을 갖는다. 총 판매액의 절반이 상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500원은 나의 행운을 기대하는 꿈의 값이다. 또한 판매관리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400여 원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사업의 든든한 밑천이 된다. 한마디로 ‘1000원의 행복’인 셈이다.

물론 복권도 사행산업의 범주에 속한다.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관장하는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토토 가운데 중독률(20%)이 가장 낮고 나눔의 비율(40% 이상)은 가장 높은 것이 복권이다. 복권을 착한 사행산업이라고 부르면 이상하게 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