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공연된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지역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막이 내려진 무대에 불이 켜지자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때 관객 사이에서 돈 많은 멍청한 귀족 역할의 ‘가마쉬’가 등장한다. 의외의 등장에 객석은 이미 웃음바다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속 유행어를 패러디한 인물 소개가 이어지고 웃고 대답하는 사이 이미 관객과 무대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큰 박수와 함께 막이 올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에서 펼쳐지는 스페인 여인들과 투우사의 힘 있고 매력적인 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막과 막 사이에 이어지는 가마쉬의 해설과 코믹한 마술쇼에 어린이 관객들의 눈빛은 빛났다. 공연 내내 고난도 발레 동작에서는 아낌없는 박수소리가, 힘차고 강한 춤에서는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추임새가 이어졌다.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발레의 고전이자 코믹 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원작 소설과 달리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스페인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 돈키호테와 그의 충복 산초 판자 두 사람을 중심으로 선술집 주인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 자체가 지닌 코믹 요소에 사랑 이야기가 결합돼 재미와 위트가 넘친다. 특히 발레 ‘돈키호테’는 스페인 춤의 매력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할 만큼 경쾌한 춤들이 많이 나온다.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는 투우사들의 춤, 탬버린과 캐스터네츠가 함께 하는 스페인 여인들의 춤, 발랄하고 기교 넘치는 주인공의 2인무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3월 11일과 12일 이틀간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의 ‘돈키호테’는 ‘내가 찾아가는 공연장이 아니라 내 곁으로 찾아오는 공연장’이라는 서울열린극장 창동의 슬로건에 딱 들어맞는 공연이었다. 서울열린극장 창동은 2004년 ‘자치구 문화공간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통해 처음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텐트형 공연장으로, 88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첨단 이동식 극장이다. 특히 공연장이 부족한 서울 동북부 지역에 수준 높은 공연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

찾아오는 열린 공연으로 지역 주민 만족도 높아

평일 저녁인데도 다양한 관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많았고, 친구끼리 연인끼리 공연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박계순(36) 씨는 서울 성동구에 살지만 ‘돈키호테’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네 식구가 도봉구 창동까지 공연 나들이에 나섰다. 박씨는 “아이들이 공연을 좋아해 가족이 함께 볼 만한 공연이 있으면 시간을 내서라도 함께 즐기려고 한다. 서울열린극장 창동은 집에서 멀기 때문에 아이들 방학에 맞춰 1년에 한두 번 찾는다. 공연 수준이 높고 볼거리도 많아 올 때마다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얻어 돌아간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들은 여운이 남았는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5분 넘게 커튼콜이 이어졌고, 로비에서는 기념사진 촬영이 한창이었다. 포스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던 모녀 관객은 “발레 공연이라고는 ‘호두까기 인형’을 본 것이 전부였는데 발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레 공연보다는 신나는 뮤지컬 같아서 공연을 보는 동안 음악에 맞춰 몸까지 들썩였다는 평도 덧붙였다.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한 직장인 관객 역시 “지난해 대학로에서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을 보고 발레가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깰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 공연까지 보니 발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친구가 알려줘서 처음 이곳을 알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다음에는 어머니와 함께 연극 ‘엄마를 부탁해’(4월 29일~5월 1일)를 관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