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시 종합사회복지관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오전 9시 반쯤 거제시 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에 도착, 오전 10~12시 수업이 있으면 듣고, 없으면 복지관 나눔터에 마련된 당구장이나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12시 복지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을 먹은 뒤 1~3시 수업을 듣고, 이후에는 장기·바둑실에서 줄곧 시간을 보내다가 5시 반에 집으로 돌아간다.

거제시에 사는 정공석(67) 씨의 일과다. 지난해 8월 친구 소개로 복지관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그는 “복지관에 다니느라 바빠서 서울 아들집에도 못 간다”고 말한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땐 하기 싫어서 안 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는 그는 현재 영어, 중국어, 일어 등 학습 교양 프로그램은 물론, 난타와 노래교실, 탁구, 당구, 배드민턴, 컴퓨터 등 무려 9가지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복지관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그에게 있어 복지관은 ‘일상’이다.

복지관에서 자활 사업(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 선재카페. 이곳 직원인 장애인 전병용(37) 씨에게 복지관은 ‘일터’다. 4년 전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그는 지난해 4월부터 복지관을 이용하다가 얼마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복지관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준 곳”이라고 말한다.

장애인 자활을 위해 마련된 직업 훈련실에서 만난 조은비(22), 김희경(22) 씨에게 복지관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울타리’다. 직업 훈련실에서는 현재 두 사람을 비롯해 다섯 명의 장애인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늘 ‘혼자’였다는 그들은 이곳에서 비로소 ‘함께’가 됐다고 한다.

노인 대상 나눔동과 장애인 대상 희망동으로 구분

거제시가 복권기금 6억 원을 비롯해 90억 원을 들여 지난해 거제시 양정동에 건립한 복지관은 연면적 5,251㎡에 총 4층으로 이뤄져 있다. 프로그램실, 정보화(컴퓨터)교실, 서예교실, 노래교실 등의 ‘배움터’와 당구장, 탁구장, 장기·바둑실, 노래방, 체력단련실 등의 ‘나눔터’, 그리고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중치료실, 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노인 주간보호센터와 장애인 주간보호센터를 비롯해 작은 도서관과 대강당, 식당, 선재카페가 마련돼 있다.

그런데 ‘ㄱ’자 모양으로 된 이곳은 나눔동과 희망동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복지관 이승근 부장에 따르면, 나눔동은 노인이 이용하는 공간, 희망동은 장애인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고 한다.

“우리 복지관은 여느 복지관과는 다릅니다. 다른 곳들은 지역의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된다면, 우리는 거제시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죠. 나름의 특성화 전략입니다.”

대상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복지관 하루 평균 이용자 수는 350~400명이다. 복지관이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 많은 편이다. 현재 셔틀버스 2대를 운행하고 있는데, 버스가 늘 가득 찬다고 한다.

‘더불어 사는 행복한 복지 공동체 구현’이라는 모토 아래 이곳에서는 거제시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복지관 내 교육 프로그램을 분기별로 신청해 이용할 수 있는 배움터 서비스, 회원 가입 후 자유롭게 복지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나눔터 서비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각종 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 밖에 가족 관계 증진을 위한 가족 상담 및 부모 교육 같은 부양가족 지원 서비스를 비롯해 밑반찬 배달, 김장 지원, 생신상 차려 드리기, 이동 목욕처럼 찾아가는 서비스인 재가 복지 서비스, 노인과 장애인을 주간 동안 일시적으로 보호해주는 서비스 등도 시행되고 있다.

이 부장은 “우리 복지관은 아무래도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건강이나 재활 관련 부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거제시에 있는 병원 4곳과 협약을 체결, 의료진들이 와서 무료 진료를 해주고 있다고. 그는 “고마운 마음과 함께 욕심이 더 생긴다”고 털어놓는다. 의료진들의 무료 진료가 정기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욕심이 이뤄져 거제시 종합사회복지관이 앞으로 거제시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더 나은 일상이자, 일터이자, 울타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