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대산중학교 학생들이 김해보훈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봄 햇살이 유난히 좋았던 4월 18일, 김해보훈요양원 어르신들이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다. 나들이라고 해봐야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봄 햇살도 쬐고, 봄바람도 쐬고, 꽃구경도 할 수 있어 신이 났다. 무엇보다 손자손녀 같은 어린 손님들이 함께하니 어르신들은 더욱 흥이 났다. 인근 창원 대산중학교 1학년생(총 64명)들이 이곳으로 자원봉사를 나온 것이다. 

이경수(86) 할아버지는 연신 “띵호아”와 “베리베리 굿”을 외쳤다. 할아버지가 기분이 좋을 때마다 외치는 소리다. 교장선생님 출신인 할아버지는 “학생들이 오니 옛날 생각도 나고 좋다”고 말했다. 

하술연(79) 할머니는 “우리가 아프니까 외롭고 사람이 많이 그립다”며 “아이들이 더 자주 왔으면 좋겠다”면서 곁에 있는 박예찬(대산중1) 군의 손을 꼭 잡았다. 박 군은 “처음 보는 어르신과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이 또한 즐거운 경험이고 기분 좋은 공부”라며 웃었다.

민영재(대산중1) 군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리들을 보고 좋아하신다”며 “작은 나눔이 큰 기쁨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대산중학교 김희재(49) 선생님은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이곳에 와서 봉사하는 것도 산 교육이라 생각한다”며 “진지하게 봉사활동에 임하는 아이들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2011년 자원봉사자 6800여 명 참여

김해보훈요양원에는 올 4월 현재 195명(200명 정원)의 어르신들이 머무르고 있다. 요양원의 사회복지사 7명과 요양보호사 86명만으로 195명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익요원 18명이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요양원 이회룡 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을수록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들이 자신의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며 “하루 평균 15~20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요양원이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오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2011년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가 6800여 명이라고 한다.

현재 김해보훈요양원과 자원봉사 협약을 체결한 학교(중고교, 대학)만 해도 창원 대산중학교를 비롯해 12곳이 있다. 인근 중고등학교 청소년적십자(RCY)와 대학교 동아리 회원들도 자주 찾아오고, 매달 1번씩 정기적으로 찾는 목욕 봉사팀과 이미용 봉사팀, 그리고 공연 봉사팀도 있다. 인근 창원공단에 있는 글로벌 회사 임원들과 직원들도 1년에 한두 번씩 봉사를 하러 오고, 지속적인 후원도 해주고 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자체적으로 팀을 만들어 오는 경우도 있는데, 단체나 기관과 연계해서 오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공연이 있는 날에 자원봉사자들이 오면 금상첨화. 어르신들을 각 방에서 공연장으로 이동시킬 때 손이 많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으면 공연도 더욱 흥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그리 쉽진 않다고. 이 원장은 “언제든 와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저희 좋자고 언제 와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며 웃었다.

“꼭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어르신들에게는 누군가가 와서 그냥 말벗이 돼주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선물이 되죠. 특히 어린 학생들이 오면 손자손녀 같아 더욱 좋아하세요.”

김해 진영고등학교와 창원 대산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교화를 목적으로 이곳으로 자원봉사를 보낸다. 처음에 오면 다들 어색해하다가 점점 어르신들과 어울리게 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음식 수발까지 하게 된다고 한다.

일주일이란 짧은 기간 동안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변한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고 오더니 아이들이 변했다고 학교에서 전화가 오기도 한다”며 “도움을 받으면서 동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복권기금이 심어놓은 김해보훈요양원이라는 나눔의 꽃이 지역사회에 널리 나눔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